책소개
≪유토피아≫는 1, 2권으로 구성된다. 제1권은 현실비판, 제2권은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다. 제1권에서 모어는 먼저 ‘저 좋을 대로’ 사는 르네상스인의 이상을 제기한다. 그러나 ‘저 좋을 대로’란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따를 뿐 부나 권력에 대해 욕심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긍정을 전제로 한 마키아벨리와 모어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특히 모어는 군주에 대해서 명예롭고 평화적인 일이 아니라 전쟁 수행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고, 왕의 자문관도 왕에게 아부한다고 비판한다.
제2권에 묘사되는 유토피아는 무엇보다도 공동소유의 사회다. 공동소유제는 ≪국가≫에서도 주장되었으나 그것이 귀족들만의 공산주의를 주장한 것임에 반해 모어는 사회 전체의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돈을 쓰지 않으며 금욕적인 무소유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여러 사회주의 이론이나 현실 공산주의의 구체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유토피아는 공유재산, 민주주의, 농업주의, 관용주의, 쾌락주의, 반전주의와 같은 이념에 근거한다. 우리는 그 모든 이념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흔히 유토피아란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으면 도리어 ‘어딘가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그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그 이념에도 친밀감이 느껴진다. 여기서 현실적이고 친밀하다고 함은 거기에 쓰여 있는 현실비판이나 미래제시가 너무나도 박진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어의 친구였던 에라스무스는 그 책이 ‘국가악의 근원’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사실 그가 그리고 있는 이상사회는 바로 르네상스 사회의 지향이었고, 이상적 인간은 바로 르네상스 인간과 근대적 인간의 지향이었다. 즉 현세적 행복의 긍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 공정한 ‘법의 지배’의 확립이라고 하는 정치적 요구, 모든 사회악을 낳은 돈의 부정, 귀족의 태만과는 대조적인 노동의 미덕, 기독교적 윤리와 인문주의적 교양의 융합에서 생긴 인간성의 이념이었다.
200자평
500년 전에 나온 ≪유토피아≫는 어떤 구체적인 이상향을 설계했대서가 아니라, 늘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상에 대한 꿈꾸기를 ‘유토피아’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인류에게 보여 주었기에,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모어 자신처럼 그렇게 현실을 비판하고 ‘어떤 다른 곳’을 꿈꾸기를 권하고 있기에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다.
지은이
147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나 사제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법률가가 되었다. 25세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헨리 7세의 과중한 세금 부과안에 반대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1515년 38세에 ≪유토피아≫를 완성하고 친구인 에라스무스가 성서에 입각한 새로운 신학을 위해 그리스 고전의 연구와 성서의 번역을 장려하자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종교개혁 논쟁에 뛰어들어 헨리 8세를 위해 배타적인 루터에 반대하는 여러 글을 썼다. 1523년(45세)에 하원의장이 되어 의회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었고, 1529년(51세)에 일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상직을 겸하는 대법원장이 되었으나, 헨리 8세와 그의 이혼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해 반역죄로 1535년(57세) 처형당했다.
옮긴이
영남대를 졸업하고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창원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에서 주로 노동법을 가르쳤고 오사카대학, 고베대학 등 일본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법은 무죄인가≫, ≪노동법 1≫, ≪노동법 2≫등의 법학저서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와 제국주의≫를 비롯한 번역서, 그리고 ≪내 친구 빈센트≫와 ≪총칼을 버리고 평화를 그려라≫ 등의 예술 관련 책을 냈다. 모어보다 1세기 뒤 영국에 살았던 셰익스피어를 제국주의자로 조명한 ≪셰익스피어는 제국주의자≫를 썼고,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해 몇 편의 글을 발표했다. 유토피아 사상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권
제2권
1. 지형
2. 도시, 특히 아마우로툼
3. 공무원
4. 직업
5. 사회생활
6. 여행
7. 노예
8. 군사
9. 종교
결론
나(모어)의 마지막 소감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먼저 사유재산제를 완전히 철폐하지 않고서는, 공정한 재화의 분배를 이룰 수 없고 인간생활의 만족스러운 조직을 구성할 수 없다고 굳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제가 존속하는 한 인류의 최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빈곤과 노역, 불행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무거운 짐을 조금도 줄일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그것을 그들의 어깨로부터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입니다.
-47쪽
유토피아에는 동일한 언어·생활양식·제도·법을 가진 54개의 장엄하고 거대한 도시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같은 계획에 의해 세워졌고, 지형에 따른 약간 다른 점을 제외하면 모두 유사하게 보입니다. 도시 사이의 거리는 최소 24마일이고, 아무리 멀어도 걸어서 하루입니다.
-55쪽